• 최종편집 2024-05-03(금)
 

그대가 추운것은/김종호


겨울이 추운것은 봄이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대가 추운것도 봄이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숲속 계곡은 얼음으로 뒤덮여 있지만

그 아래는 물이 흐르고


들판엔 풀잎들이 모두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땅밑엔 싹눈이 세상을 바라보며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겨울은 봄이 두려울수록 더 사납고

겨울이 사나울수록 그 봄은 찬란할 것입니다



화물연대가 물러났습니다. 시위의 끈을 풀고 돌아가는 그 뒷모습을 보고 두려운 것은 필자만의 감정일까요. 이번 화물연대가 피어낸 꽃은 늦가을 개나리일까요. 겨울이 머지 않았는데 철없이 피어난 노란 개나리꽃. 몇번의 서리가 내리자 그 개나리는 놀라 바로 본 모습으로 돌아 갑니다. 


 오지 않을까요. 곧 다시 올 것입니다. 자기 자리로 돌아가 때를 기다릴 것이겠죠. 왜냐하면 본의가 아니게 돌아갔기 때문이죠. 나무들은 아무리 겨울이 세상을 얼려도 가지마다 싹눈을 뜨고 그 겨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영원한 강자도 약자도 없는 것이죠. 돌고 도는 계절처럼 우리 세상도 그 계절을 닮아 돌아 갑니다.


민주주의는 요구와 갈등 그리고 협상이 아닐까요? 노조에서 요구하면 정부와 갈등 관계가 되면서 정부는 그 요구에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까요. 정당한 요구라면 받아들여야 하지만 정당하지 않는 요구는 모두 힘으로 눌러야 할까요. 

 

정부가 법과 원칙을 내세워 처리할 경우 그 모습을 본 받은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법과 원칙으로 처리하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까요. 만약 어떤 노인이 구청 민원실에 들러 사과 한 상자 내놓으라고 때를 쓸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방해죄로 내 쳐야 할까요?


정당하지 않는 국민의 요구라 할지라도 겨울이 계곡 얼음을 얼리듯 힘으로 나온다면 그것은 승리의 모습이 아닐 것입니다. 가정이나 기업이나 단체나 나아가 국가 경영의 모습은 비슷합니다. 사람이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 둘째 아이가 자꾸 부모님 말씀을 듣지 않고 말썽을 피웁니다. 그때 엄마는 그 아이를 매로 다스립니다. 그러면 그 아이가 엄마에게 순순히 복종할까요.


사례가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가정과 국가는 그 규모만 다를 뿐이지 성격은 닮은 것이 아니라 똑같다는 것이죠. 세상은 정해진대로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길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고, 개나리나 장미도 가끔은 늦가을에 꽃을 피웁니다. 참 착한 아들 녀석도 어느날 사춘기에 접어들면 반항의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 모습을 두고 모두 법과 원칙으로 풀어나가야 할까요.


법과 원칙을 반드시 적용해야만 하는 것은 강도 강간 폭력 등 범죄라는 생각이 듭니다. 직장인들의 요구는 우선 협상대상이 아닐까요? "정부는 화물연대 또는 다른 노조와 더불어 끊임없이 대화 테이블에 앉아 협상을 하라" 고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요? 


- 김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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