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도시詩 9>
겨울비/김종호
예쁘다 코스모스가 다 예쁘다
날랜 버들치가 되어 물을 거슬러 오를까
끝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 당신을 만날까
이제 그만 겨울비는 내리지 말자고
그 잘난 나라는 잠시 숨겨 놓자고
새벽 이슬이 이처럼 예쁠까
춤추는 참나무 잎이 이처럼 예쁠까
일출이 이보다 더 예쁘단 말인가
꽃잎도 예쁘고 바람 노래도 예쁘고
하늘 자태도 물빛만큼 예쁜데
그냥 얼음으로 남기를
길거리 모퉁이 얼음으로 남기를
오물통의 얼음으로라도 남아 있기를
그렇게 남아 봄이 오기를
비여
언 숲을 녹이는 비여
언 강을 녹이는 비여
겨울이 녹아 내리기를 바라는 겨울비여
그만 멈추고 코스모스를 바라봐 달라고
뒤돌아서서 입술을 물고 있는
하얀 코스모스 손을 잡아 달라고
날랜 버들치가 되는 거다
물살이 쎈 겨울을 튀어 오르는 거다
버들치에겐 물이 시간이다
시간을 거슬러 내려온 만큼 튀어 올라
기어코 겨울비를 만나야 하는거다
내 파릇한 비늘이 다 떨어져 버릴지라도
- 김종호 시인
건국대 졸업
산림문학 등단
시집 - 물고기 날다
용인시 문학현상공모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