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10-15(목)
 

[김종호 칼럼] 시장 생리를 아는 목재업계 사람치고 국내 펠릿 생산의 경쟁력을 믿었던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인건비와 원목 수집비가 터무니없이 높은 대한민국에서, 동남아나 중국 현지 공장과의 가격 경쟁은 처음부터 성립조차 되지 않는 싸움이었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국내 목재 기업인들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의 공장을 찾아 발로 뛰며 OEM 주문생산으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해 오고 있던 터였다. 개나 소나 다 아는 이 당연한 시장의 서사(敍事)를, 오직 산림청만 몰랐던 것일까?


아니다. 알면서도 외면했거나, 알 필요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국내 산림 자원의 자생력'이 아니라 '보조금 집행 실적'이었기 때문이다.


국산 펠릿을 불태우며 삼겹살을 구워 먹던 그 호기로운 간담회 자리 뒤편에서, 국민의 세금 수백억 원은 허울 좋은 '친환경 에너제틱 신화'라는 이름으로 허공에 흩뿌려졌다. 결과는 어떤가. 세금으로 지어준 공장들은 동남아산 수입 펠릿을 들여와 중간 마진을 챙기는 수입 유통업자로 변신했고, 국내 생산 가동률은 바닥을 친 지 오래다.


더욱 분통이 터지는 것은 이 참담한 정책 실패의 주역들이 걸어간 길이다. 시장을 교란하고 세금을 낭비한 당사자는 실패의 책임을 지기는커녕, '치적'을 인정받아 승승장구 승진하고 산림청장 자리에 올랐으며, 퇴직 후에는 '산림 공로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존경받는 유력 인사가 되어 살아간다.


국민과 현장 임업인들의 입에서 "이게 나라냐"라는 탄식이 절로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쟁력 없는 정책을 강행해 세금을 탕진하고도 훈장을 나누어 가지는 그들만의 리그. 이제라도 산림 당국은 실패한 펠릿 정책의 과오를 정직하게 인정하고, 세금으로 연명하는 카르텔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더 이상 껍데기뿐인 '공로자'들의 치적 쌓기에 산림 행정과 국민의 혈세가 놀아나서는 안 된다.

 

- 김종호

산림일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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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칼럼] 삼겹살 연기 속에 사라진 혈세, 그러고도 존경받는 바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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