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의 63%가 산림이고, 그중 70%가 개인이 주인인 사유림인 대한민국. 하지만 우리 산주들은 평생 내 땅에서 나무 한 그루 내 마음대로 심지 못하는 규제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산림청의 행보를 보면, 오랜 세월 현장을 지켜온 기자의 눈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는 기막힌 모순이 보입니다.
최근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은 식목일을 전후해 아주 재미있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바로 ‘아까시나무’ 우수 품종을 들여와 대대적으로 보존원을 조성하고 심겠다는 보도자료였습니다. 자료 속 아까시나무는 탄소 흡수 능력이 상수리나무에 버금가고, 건축 구조재나 가구재로 훌륭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할 핵심 수종이라고 극찬을 받고 있습니다.
이 보도자료를 보면서 쓴웃음이 지어지는 것은 저 혼자만은 아닐 것입니다. 과거를 기억하는 수많은 임업인과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이 땅에서 아까시나무는 ‘천하에 몹쓸 나무’, ‘유해 수종’이라는 누명을 쓰고 산에서 모조리 베어져 사라졌습니다. 번식력이 너무 강해 인근의 좋은 나무를 고사시킨다며 국가 예산을 들여 싹을 잘라내던 나무가 바로 아까시나무였습니다.
과거 1970년대 조림 시기, 황폐하고 척박한 토양에서 잘 자라주어 우리 산을 푸르게 정화했던 고마운 나무가, 관료들의 손가락질 한 번에 나쁜 나무가 되었다가, 이제 와서 다시 ‘기후변화 대응 수종’이자 ‘효자 나무’로 화려하게 신분 세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 정책이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돌변해도 되는 것입니까? 공직자들은 도대체 산주와 국민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까?
정부가 이토록 급격하게 말을 바꾼 속사정은 뻔합니다. 최근 발생한 기후변화와 꿀벌 소멸 사태로 양봉업계의 원성과 항의가 빗발치자, 급하게 그들의 입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아까시나무를 다시 불러낸 것입니다.
산림청은 지난 25년간 무려 1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소나무재선충병 항공방제를 해왔습니다. 현장에서는 이 독한 살충제 성분이 하늘에서 뿌려지면서 꿀벌을 비롯한 수많은 곤충과 자연 생태계를 교란시켰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원인 제공자와 실책의 책임은 엉뚱한 데 있는데, 산림청은 면피용 대책으로 사유림 산주들을 옥죄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3월, ‘산림자원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꿀벌 위기에 대응한다며 산림청장과 지자체장이 사유림마저 강제로 ‘밀원수 특화단지’로 지정하고 육성할 수 있도록 법의 대못을 박아버린 것입니다.
양봉산업을 육성하고 꿀벌을 살리기 위해 밀원수가 정말 필요하다면, 국가가 가진 넓은 국유림에 먼저 대대적으로 심으면 될 일입니다. 왜 국유림은 놔두고, 법까지 개정해가며 개인의 재산인 사유림을 강제로 묶어 경제성도 없는 아까시나무를 심으라고 압박하는 것입니까? 관의 보조 조림 사업을 받지 않으면 당장 적자를 면치 못하는 임업인들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조삼모사 행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국 이 정책은 나무를 키워 수익을 내야 하는 임업인과, 꿀을 따야 하는 양봉업자가 서로 이간질당해 싸우게 만드는 비극을 낳을 것입니다. 사유림 산주들을 파트너가 아닌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고, 타 산업의 민원을 막는 방패막이로 삼으려 한다면, 전국의 산주들은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산림청은 더 이상 공익이라는 명분으로 산주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지 마십시오. 밀원수 조성을 하려거든 국유림에 먼저 전면 실행하십시오. 그것이 과거의 과오를 씻고 결자해지하는 자세입니다.
- 산림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