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옥수수 밭이 텅 비어가고 그 자리에 김장무가 가득 차는대로
여름은 떠날 채비를 하겠죠 마늘 캔 자리에 매주콩이 웃자라
적심을 합니다 어디서 왔을까 흰나비들이 열무 밭에서 수상한
행동을 하다가 줄행랑을 칩니다
팥 심은 변두리 바닥에 열린 수박을 팥들이 먹어 치우고 오리발 대신
잡초 얼굴을 쭈욱 내밉니다 그 옆 참외는 놀란 나머지 울타리로
기어올라 팔뚝 만한 노란 참외를 기어코 매달고 있습니다 나는 8월
폭염에 비오듯 땀을 흘립니다 마침내 죽을것 같아 잽싸게 그늘로
숨는데 그 모습이 왜 우스운지 온 텃밭에 웃음이 널부러집니다
텃밭 세상은 복잡하고 험난한 곳은 아닙니다 갈증에는 오이가
최고라서 오이를 심었습니다 비타민은 풋고추가 최고라 해서
오이고추를 심었죠 아내가 좋아해서 노각을 심었고 처갓댁 셋째
처형이 고들빼기를 좋아한데서 고들빼기를 심었을 뿐입니다
텃밭에서 내것이라고 하는 것은 내가 밭갈고 씨 뿌리고 잡초
뽑아주는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해와 달과 비와 바람의 역할입니다
그래도 때가 되면 모두 내 품에서 떠난다고 생각을 합니다
몸매가 쭉 뻗은 오이 하나 따 베어 물고 풋고추 옥수수 애호박 배낭에
넣으니 눈이 매서운 해는 더 매서워져 돋보기 안경 쓰고 나를
째려봅니다 농작물들은 무엇이 그리 좋은지 얼쑤 하며 바람 장단 맞춰
춤을 춥니다 나는 폭염을 더이상 참을수 없어 놀란 토끼가 됩니다
급하게 산길 오르막을 엉덩이 씰룩 거리며 오릅니다 달의 온화하고
시원한 눈길이 그립지만 기다리기엔 너무 먼 시간입니다
폭염 텃밭에서/김종호
- 김종호 시인
건국대 졸업
산림문학 신인문학상 수상 등단
용인시 문학현상공모 수혜
시집 물고기 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