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구칼럼> 필자가 독일 여행 중 국경 검문소에서 엉겁결에 독일말이 나왔다. 국경을 지키던 독일인들이 모두 달려들며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독일말 한마디에 모두가 친구처럼 달려드는데 같은 민족끼리 이웃에 살면서 서로 만날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김정은 지도자의 2국가론이 남쪽에서마저 나오는 현실상을 보면서 이산가족 상봉은 완전히 끝났다는 불안감이 떠올랐다. “통일을 하지 말자!” 통일을 입에 달고 살던 한 전 정권의 실세가 한 말에 이산가족들의 희망도 무너져 내렸다.
북한에서도 우리보다 적극적으로 통일을 노래했지만 남북한의 경제력 격차가 수십 배로 멀어지는 현 상황에서 통일을 접은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우리까지 그들의 정책에 동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산상봉의 희망을 살려내려면 작은 만남부터 지속되어야 한다. 탁구, 농구, 축구 등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까운 친척도 멀리 떨어져 자주 만나지 못하면 이웃사촌 보다도 못하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완벽을 자랑하던 독일의 장벽도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삼팔선 장벽도 어느 순간 무너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작은 만남부터 계속해 나가야 한다.
분단 60년이 지나도록 전쟁으로 헤어진 혈육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하고 세상을 뜬 가족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직 살아있으면서 죽기 전에 한 번 만이라도 만나보기를 고대하고 있는 사람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데 이들의 나이가 대부분 90세 이상이어서 헤어진 가족 한번 만나보지 못한 한을 품은 채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정부와 북한 당국은 우선적으로 이들의 한을 풀어주는데 주력해야 한다.
북한당국의 지속되는 핵개발 때문에 남북 간의 합의에 의해 진행되던 금강산 관광, 개성관광이 중단되고 남북 간의 상생을 위해 공동으로 운영하던 개성공단 조업마저 중단 된지 8년 째 지속되고 있다. 일시 중단이 아닌 완전폐쇄라서 쉽게 재개할 수도 없게 되었다.
북에서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남북간의 대화는 물론 교류도 경협도 못하는 단절상태가 지속되고 있으나 북한도 계속되는 유엔과 미국의 제재를 더 이상 견디기는 어려울 것이다. 매일 이산의 한을 품은 채 세상을 떠나야 하는 이산가족의 상봉만큼은 핵 포기 보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산가족의 한을 풀 시간이 없다.
-이은구
(주)신이랜드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