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2-13(금)
 

운동화 세짝/김종호


사람들은 숲속에서 마음에 안들어 

하고 말했는데 첫자인 마자가 빠져나와 

바람에 굴러 다니는 것을 보았다 이래도 될까 

라고 다시 말했는데 될자가 낮별에 끌려 

사라진다는 것을 알았다 막힌 길이 나타났고

성난 숲이 꿈틀거렸다  

어깨가 무거운 사람이 언덕위에 섰다 


그의 말을 끝까지 듣고 싶었으나 지금은 

운동화 한짝을 찾으러 가는 것이 급하다 

저녁식사를 한 그 식당이다 그 식당에서 

나올때 내 오른쪽 신발이 보이지 않아 

왼쪽 신발만 신고 나온 것이다 식당으로 

가는 길엔 수많은 신발들이 널려 있었으나 

내 발에 맞는 익숙한 신발은 없었다 

그 식당에 도착했다 그곳엔 내 것으로 보이는 

운동화 두짝이 있었다 그런데 한 켤레이다 

오른발 한짝으로 알고 왔는데 왜 한 켤레일까 

왼쪽 발 한짝은 어디서 왔을까 

그 신발엔 별이 그려져 있었다


나는 운동화 두짝을 손에 들고 어깨가 

무거운 사람이 있는 그곳으로 왔다 

그는 없었다 막힌 길 때문에 낮별을 

만나러 갔을까 숲을 이끄는 바람의 집에 

갔을까 그때 숲 어디선가 변하지 않을거야 

라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후 앞자리 변자가 

빠져서 굴러 다녔다 


해볼테면 해봐 라는 소리가 또 들렸다 

이번엔 해자가 빠져 나무에 걸리고 말았다 

나는 나무에 걸려 흔들거리는 해자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엔 나도 숲으로 간다 나의 말 중에서도 

숲자가 빠져서 웅덩이 속에 가라 앉는다 

왼발과 오른발은 균형이 잘 잡혀야 앞으로

나아 갈 수가 있다 길이도 잘 맞아야 하고

더 무겁거나 가볍지 않아야 하는 숙명 

나는 운동화 두짝을 들고 등에서 바람을 

의식하며 한동안 서 있었다

 

- 김종호 시인

건국대 졸업

산림문학 등단

시집- 물고기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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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세짝/김종호 - 빈도시詩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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