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도시詩 6>
호수/김종호
호수는 하늘의 쉼터다
하늘은 늘 무거운 구름을 들고 서 있다가
그것이 힘이 들어 호수를 만들었다
일자형보다는 곡자형으로
해를 가린 북향보다는 남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틈나는대로 호수속에 들어가 쉬거나
잠을 잔다 하늘은 늘 서 있지만 구름을 들고
벌서듯 서 있지만 호수에 들어가면 늘 눕는다
들고 있던 구름은 선반위에 올려 놓고 산맥도
초대하고 숲과 해와 달도 초대한다
그곳은 누워야만 하는것이 규칙이다 해도 달도
숲도 누워서 지낸다 하늘은 그들을 위해 공연을
한다 역시 해와 달과 숲은 누워서 즐긴다
철새들의 공연은 이륙과 착륙이다
가끔 자맥질도 한다 바람의 공연은 물결이다
잔물결 창물결 말물결 물고기 때들은 춤이다
서서히 움직이다가 물결따라 움직이다가 메기나
가물치를 출연시켜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하늘이 가장 좋아하는 공연은 역시 초대하지
않은 사람들의 수영이다 사람들의 공연이
끝날때까지 철새 바람 물고기의 공연은
연기된다 공연을 마친 하늘은 호수문을 닫고
비를 내린다
몇억톤이 되는 짐을 내려 놓는 날은 하늘에게
가장 기쁜 날이다 비온뒤의 그 맑고 밝은
하늘의 표정 하늘은 호수를 만들어 놓고
비를 내려 보수하고 눈을 내려 휴장에
들어가지만 그때도 하늘은 남모르게 호수에
들어가 한숨 푹 잠을 잔다
- 김종호 시인
건국대 졸업
산림문학 등단
시집- 물고기 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