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구 칼럼> 민원인(乙)이 전통적 갑(甲)인 공무원을 괴롭혀 자살하는 사회가 되었다. 수사받는자(乙)가 수사관(甲)에게 큰소리치며 윽박지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봉건시대엔 갑과 을이 태어날 때부터 양반은 갑 천민은 을로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갑이 을이 될 수도 있고 을이 갑이 될 수도 있다. 수십 년간 진행되는 노와 사의 대립은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 알 수 없다. 노조의 막강한 힘에 사측이 수세에 몰릴 때가 많다. 그렇다면 노조는 갑이 되고 사측은 을이 되는 것이다.
선거철이 되면 최소한 선거기간만은 입후보자가 을이고 유권자가 갑이다. 선거가 끝나고 당선자가 확정되는 순간부터 갑과 을은 바뀌게 된다. 그래도 갑이 된 당선자들은 늘 을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다음 선거를 의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국회는 그런 눈치도 보지 않는 막나가는 권력이다. 을이 되리라는 생각은 없고 영원히 갑이라 생각하고 행동한다. 영원한 갑으로 권력을 휘두르던 정부가 을이 되면서 나라가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그래도 갑은 갑이니 휘둘리지 말고 올바른 정책은 그대로 밀고나가야 한다.
노와 사의 화합으로 갑과 을이 같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계기가 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노동자단체가 갑역할을 하고 있어 기업이 모두 빚더미에 눌려있다. 지금과 같은 개방된 경쟁사회에서는 갑과 을이 언제 바뀔지 모른다.
갑은 수익이 생길 때마다 을에게도 일부를 나누어 주고 을은 갑이 힘들 때 도와서 상생하는 집단이 되어야 한다. 지금의 중소기업은 갑질은 고사하고 을에게 지급해야할 임금과 수당도 못주고 있는 상태다. 을의 수입만도 못한 기업주가 늘어나면서 스스로 을을 선택하기도 한다.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갑이 위기에 빠져있다. 물론 을도 더욱 살기 힘들어졌다. 정부의 경직된 정책으로 갑은 갑대로 위기에 빠져있고 생활이 나아지리라 판단했던 을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일자리가 크게 줄면서 갑도 을도 모두 포기한「자포자기」상태에 있다. 하루 빨리 정책이 제자리를 찾고 기업이 활력을 찾아야 을의 생활도 나아지게 된다.
과거에 갑을 자처하던 중소기업은 빈사상태에 빠졌다. 동시에 을도 일자리를 잃고 가정경제까지 파탄 나게 된 지금은 갑과 을 따질 때가 아니다. 함께 힘을 합쳐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갑이 을이 되어도 상관없고 을이 갑이 되어도 상관없다.「모두가 잘 사는 사회」 갑과 을이 상생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갑과 을의 불편한 관계가 지속된다면 사업을 포기하는 수 백 만개의 기업과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백수들이 늘어만 갈 것이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운영만이 갑과 을의 희망이 될 것이다. 국회도 불합리한 법은 폐기하고 여야가 합의하는 법만 통과시켜야 한다.
지금도 전국 곳곳의 사업장에서는 경영상태를 무시하고 임금과 근로조건 등을 두고 노사분규가 지속되고 있다. 갑이 잘 돼야 을의 일터가 보장되고 을이 있어야 갑이 성장할 수 있다. 갑과 을이 서로 불신하고 갑과 을이 대립하는 한 풍요로운 사회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 이은구
(주)신이랜드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