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2-08(금)
 

토끼/김종호 - <한 초등 교사의 죽음을 보고>


하얀 옷을 입은 아기 토끼는 숲속을 걸었다

귀를 귀울였다

눈을 굴렸다

들판이 나타났다

엄마가 놓고 갔을까?

그곳엔 이야기 책들이 즐비했다

아빠가 놓고 갔을까?

장난감이 날아 다니고 분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하얀 옷을 입은 아기 토끼들은 호기심도 발동하고 동무들과 뛰어 놀고 싶어 들판으로 달려갔다

호랑이가 나타났다

여우가 나타났다

들개도 달려온다

독수리가 하늘에서 맴을 돌고 있다

뭐야, 저들은. 왜  이렇게 일찍 여기에 있지? 

동무들과 놀아야 하는데, 장난감이 지천에 널려 있는데,  

하얀 옷을 입은 아기 토끼들은 이런 생각이 번개처럼 스쳤지만 그들이 두려워 몸은 숲속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들판은 자연 학교다

해를 보고 서로 경쟁하지만 몰려 있어야 산다

바람이 불면 서로 몸을 부딛쳐서 귀찮지만 쓰러지지 않고 강해진다
물과 양분은 생명이지만 너무 과하면 화가 된다
호랑이는 여우는 들개는 독수리는 아기 토끼들에게 이런 자연을 알려주어야 한다

세상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

 

호랑이가 큰 소리로 외쳤다

아기 토끼들아 겁먹지마

우린 너희들을 해치지 않아

이말을 들은 아기 토끼는 걸음을 멈추었다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슬슬 숲쪽으로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데 이번엔 들개가 앞을 막았다

아기 토끼야, 너희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께

들개가 아기 토끼의 귀를 잡고 끌고 갔다

이 장면을 아기 토끼 어미가 숲에서 지켜 보고 있었다

아기 토끼는 안심했지만 슬금슬금 그들을 경계하며 동무들과 놀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본 다른 아기 토끼들이 숲에서 일제히 들판으로 나왔다 

장난감 하나를 두고 서로 가지려고 주먹다짐을 하거나 물어 뜯으며 싸움을 벌였다

숲에서 지켜보던 토끼의 어미들까지 합세하더니 어른 싸움으로 번졌다

이때마다 호랑이는 어흥 하고 들개는 컹컹 여우가 으엉 거리자 싸움질 하던 아기 토끼들은 

얌전해지고 어미토끼들은 숲으로 돌아갔다 
들판은 이렇게 고요해 지고 아기토끼들의 책 읽는 소리, 뛰어 노는 소리가 평화스러웠다


다음 날 호랑이와 여우와 들개와 독수리 대신 몸집이 좀 큰 회색 토끼 3마리가 나타났다

몸집이 큰 회색 토끼 3마리는 어제 호랑이와 들개와 여우와 독수리가 하던대로 똑같이 했다 

아기토끼들아, 너희들은 식물들의 뿌리가 되어야 한단다

아기토끼들아, 너희들은 바람이 불면 춤을 주어야 한단다

아기토끼들아, 너희들은 비가 내리면 고개를 숙여야 한단다
아기 토끼들아, 너희들은 겨울이 오면 몸을 숨겨야 한단다

아기토끼들은 몸집이 큰 회색 토끼가 하는 말을 듣지 않고 빈정대기 시작했다

욕설도 했다

등에 올라타고 털을 뽑고 눈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심지어 가슴도 더듬었다


몸집이 큰 회색 토끼는 이중 심한 아기 토끼를 앞에 세우고 타이르고 있는데 

숲속의 어미 토끼들이 달려오더니 그 큰 토끼의 멱살을 잡았다 

마구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한 행위는 그날 하루에 끝난 것이 아니었다

다음날도 다음날도 이어졌다 

어미 토끼의 행동을 본 아기 토끼들은 더욱 의기양양하더니 큰 토끼를 구타까지 하고 있다 

들판은 질서가 문란해지고 몸집이 큰 회색 토끼는 이를 지켜볼수 밖에 없었다

이때 호랑이가 숲속에서 어슬렁 거리며 나오고 있었다 

날마다 들개도 여우도 독수리도 번갈아 가며 등장했다

이들을 본 아기 토끼는 얌전한 모범생이 되고, 어미 토끼들은 숲으로 급하게 몸을 숨겼다 

들판은 고요해졌다 
호랑이가 들개가 여우가 독수리가 두눈만 크게 떠도 들판은 평화스러웠다

 

-김종호 시인

건국대 정외과 졸업
신문기자

산림문학 등단
산림문학회 회원
한국작가회의회원

용인 문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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