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시(詩)
노각/김종호
노각은 지주대를 넘더니 길을 잃었다
아버지는 그 길을 잘 찾아 주었으나
난 포기했다 키가 이 정도 클 줄은
미처 몰랐다
하늘 어디쯤에 숲을 이루고 나더니
지구의 그림자는 모두 흘려 보내
바닥엔 달의 흔적만 남았다
울타리 넘어 다른 별과도 손을 잡더니
화장하고 있는 마로니아 등까지 간지렵혔다
숲 가장자리엔 누런 폭포가 눈에 띄었고
어머니는 유심히 바라 보셨다
난 폭포 옆에 있는 작은 물줄기 하나를
따 베어 먹었다 물줄기는 꼭지 부분에서
화가 나 있었다 어머니는 숲을 뒤져
노각 몇 개를 따 바구니에 담으셨다
밤은 달빛 한두개 달고 내려와 마당
평상의 밥상에 앉아 있었고 쑥 모닥불
연기는 밥상 주변을 돌더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밥상엔 노각 무침이 놓여 있었다
노각은 사각사각 상큼한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구름 사이로
어떤 중년 아낙네가 화장도 없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 김종호 시인
건국대 정외과 졸업
신문기자
산림문학 등단
한국산림문학회 회원
한국 작가회의 회원
용인 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