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2-08(금)
 

6월의 시(詩)


노각/김종호


노각은 지주대를 넘더니 길을 잃었다

아버지는 그 길을 잘 찾아 주었으나 

난 포기했다 키가 이 정도 클 줄은 

미처 몰랐다


하늘 어디쯤에 숲을 이루고 나더니

지구의 그림자는 모두 흘려 보내 

바닥엔 달의 흔적만 남았다


울타리 넘어 다른 별과도 손을 잡더니 

화장하고 있는 마로니아 등까지 간지렵혔다


숲 가장자리엔 누런 폭포가 눈에 띄었고 

어머니는 유심히 바라 보셨다 


난 폭포 옆에 있는 작은 물줄기 하나를 

따 베어 먹었다 물줄기는 꼭지 부분에서 

화가 나 있었다 어머니는 숲을 뒤져 

노각 몇 개를 따 바구니에 담으셨다


밤은 달빛 한두개 달고 내려와 마당 

평상의 밥상에 앉아 있었고 쑥 모닥불 

연기는 밥상 주변을 돌더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밥상엔 노각 무침이 놓여 있었다 

노각은 사각사각 상큼한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구름 사이로 

어떤 중년 아낙네가 화장도 없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 김종호 시인

 

건국대 정외과 졸업
신문기자

 

산림문학 등단

한국산림문학회 회원
한국 작가회의 회원
용인 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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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시(詩), 김종호 시인의 '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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